(VOVWORLD) - 새로운 발전 단계에 접어든 오늘날, 문화는 정체성을 보존하는 영역을 넘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기조는 ‘새로운 시대 베트남 문화 발전에 관한 제13기 당 정치국의 제80호 결의’(이하 제80호 결의)에서도 강력히 강조된 바 있다. 국제 사회와의 통합이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문화 협력 역시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단순한 교류 행사 개최를 넘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 문화 기관의 기반을 다지고 지속 가능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장기적인 연대가 필요해진 것이다.
실제 한국과 일본은 베트남과의 문화 협력에 있어 보다 심층적인 접근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두 파트너국의 공통점은 기존의 소개 위주 교류 활동에서 벗어나, 사람을 중심에 두고 조직 역량을 키우고 ‘공동 창작’ 과정을 촉진하는 협력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적합한 파트너 모색을 위한 ‘접점’ 마련
베트남 관객을 위한 한 일본 음악 소개 행사 (사진: JPF) |
요시오카 노리히코(Yoshioka Norihiko) 베트남 주재 일본국제교류기금(JPF) 센터장은 일본의 관점에서 공동 창작을 향한 협력은 필수적인 추세지만, 결코 강요에 의해 형성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무엇보다 만남과 연결의 기회를 창출하여, 진정으로 협력을 원하는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의 아이디어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 창작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저희가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베트남과 진심으로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일본 관계자들이 베트남을 더 자주 방문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워크숍이나 토크쇼를 통해 베트남 측은 일본 관계자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의 창작자나 제작자, 혹은 관련 종사자들이 “이 사람의 생각이 흥미롭다, 함께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느낄 때, 비로소 양측을 연결하여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JPF는 일본의 예술가와 전문가들을 베트남에 파견하는 것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창작자 및 문화 기획자들을 단기 및 중기 일정으로 일본에 초청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양측이 서로의 창작 환경을 직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주도적으로 적합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JPF의 접근 방식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점은 문화 분야의 ‘무대 뒤 인력’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요시오카 센터장은 문화 산업의 발전이 예술가들에게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 및 네트워킹을 담당하고 창작물을 대중에게 더 가까이 전달하는 기획자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문화 산업 전반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매니저, 아트 매니저, 코디네이터, 프로듀서 등 무대 뒤에서 일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직접 창작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작품이 소개되고 연결되며 외부로 홍보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인력의 역할 역시 중대합니다. 바로 이들이 창작 분야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드는 주역입니다.”
현재 베트남의 많은 문화 활동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부재가 아니라, 조직 및 조율을 담당하고 시장과 연결할 전문 인력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이러한 인력의 육성은 문화 분야의 ‘소프트 인프라’를 구축하는 핵심적인 부분으로 간주된다
한국: 양방향 협력 모델 지향
베트남에서 개최된 한 한국 문화 체험 활동 (사진: VOV) |
베트남과 한국 간의 우호 관계를 다지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 온 한베경제문화협회(KOVECA, 코베카)의 권성택 상임대표는 양국 간의 문화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은 한국은 한류를 소개하고 전파하는 식의 일방적 소비구조가 강했다면 앞으로는 컨텐츠 공동제작, 공동 기획 및 전시 등 서로의 문화가 섞이고 재창조되는 협력 모델의 방향으로 나갈 필요성이 있습니다.”
권성택 상임대표에 따르면, 문화 협력이 단순히 외부의 결과물을 수용하고 소비하는 데 그친다면 교류 활동 자체는 활발할지 몰라도 장기적인 기반을 다지기는 어렵다. 양측이 창작 과정에 공동으로 참여할 때 비로소 문화 협력은 양방향 학습의 장이 되며, 이를 통해 국내 창작자들은 경험을 축적하고 점진적으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권성택 코베카 상임대표 |
아울러 대표는 문화와 민간 외교가 양국 사회 간에 특별한 연결 고리를 만들어,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OVECA가 거둔 유의미한 결실은 특정 프로젝트 하나라기 보다는 문화와 공공성을 매개로 정부 외교가 닿지 않는 영역에서 양국 국민간 신뢰를 제도화하고 그 신뢰가 실제 협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민간외교의 모델을 정착시킨 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문화 협력의 질적 고도화
더 넓은 관점에서 한국 측 관계자들은 베트남과 한국 관계가 역사적, 문화적으로 많은 유사성을 지니고 있어 매우 유리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한다.
“베트남은 지정학적으로는 동남아에 속하지만 문화적으로는 동북아시아 유교문화권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한국과의 문화적인 유사성을 가지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는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과 베트남과의 문화협력은 이미 우호적 교류 단계를 넘어, 공동 창조와 상생, 미래세대가 공감하는 전략적 협력단계로의 진입이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이러한 의견들은 새로운 시대의 문화 협력이 보다 심층적인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단기적인 교류 행사에 머무는 대신, 베트남의 예술가, 연구자, 기획자 및 창작 공동체가 창작 과정과 문화 활동 조직에 보다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프로듀서, 큐레이터, 프로젝트 매니저, 문화 기관 실무자 등 중간 매개 인력을 양성하는 일 역시 각별히 중요해졌다. 문화 프로젝트를 연결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가 확보될 때, 비로소 국제 협력 활동이 지속 가능하게 유지되며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및 일본과의 협력은 보다 분명한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개별의 교류 행사에서 공동 창작으로, 단기 행사 위주에서 장기적인 역량 강화로의 전환이 바로 그것이다. 베트남이 이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때, 문화 협력은 베트남의 문화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미래 문화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견고한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