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송에서는 과거 마을 제당(đình)과 왕실의 궁궐, 그리고 풍류객들의 사랑방에서 울려 퍼지던 예술 장르를 만나보려 합니다. 정교하면서도 깊이 있는 학문적 품격을 갖춘, 베트남 민족의 혼이 서린 소리...바로 '까쭈(Ca trù)'입니다.
까쭈는 '핫아다오(hát ả đào)'라고도 불리는데요. 시와 음악, 그리고 공연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종합 예술입니다. 정적만이 흐르는 고요한 공간 속에서, 박판의 잔잔한 고동 소리와 단다이(đàn đáy) 악기의 깊고 긴 울림이 퍼져 나갑니다. 그 위로 흐르는 까느엉(ca nương, 소리꾼)의 가늘면서도 선명한 목소리는 마치 한 올의 명주실처럼 청자를 고전 시가(詩歌)의 세계로 이끕니다.
2009년, 까쭈는 그 특별한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긴급 보호가 필요한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오늘 <베트남 멜로디 산책>에서는 베트남의 정신을 담은 네 가지 까쭈의 소리, 그 정취를 차례로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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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은 까느엉 김 루옌(Kim Luyến)의 목소리로 듣는 「홍홍 뚜옛 뚜옛」(Hồng Hồng Tuyết Tuyết)입니다. 이 곡은 19세기 말의 대문호 즈엉 쿠에의 시로 유명한데요. 풍류적이면서도 삶의 회한이 섞인 선비의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까쭈 공연에서는 시 한 구절 한 구절이 박자의 리듬을 타고 섬세하게 얹어집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인 "누구의 쟁 소리인가"에서 길게 이어지는 단다이의 여운은 옛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끝없이 불러일으킵니다. 함께 감상하시죠.
< HỒNG HỒNG TUYẾT TUYẾT >
「홍홍 뚜옛 뚜옛」은 전통 까쭈의 핵심인 '핫노이(hát nói)'의 진수를 보여주는 수작입니다. 제목인 '홍'과 '뚜옛'은 각각 붉은 뺨과 흰 피부를 가진 미인을 상징하죠. 하지만 그 화사함 뒤에는 "열다섯 해 세월이 덧없이 흘러갔구나"라는 탄식처럼, 세월의 무상함과 엇갈린 인연에 대한 쓸쓸함이 녹아 있어 더욱 가슴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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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깊은 향수를 담은 곡, 「저녁에 고향을 그리다」(Chiều Hôm Nhớ Nhà)를 준비했습니다. 베트남 까쭈 예술의 전설적인 인물, 꽈익 티 호(Quách Thị Hồ) 명창의 깊이 있는 목소리로 만나보겠습니다.
"어스름한 저녁 하늘에 노을 비끼고..." 이 첫 구절만으로도 안개 낀 황혼의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합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라 소리와 북소리는 저물어가는 하루를 더욱 재촉하지요.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풍경 속에서 나그네만은 여전히 길 위에 있습니다.
곡의 마지막, "쯔엉다이의 정인과 타향의 나그네, 이 정담을 누구와 나눌까"라는 대목은 고향을 떠난 이의 깊은 고독을 전합니다. 꽉 티 호 명창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를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개인의 감정을 넘어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향수로 다가옵니다.
꽉 티 호 명창의 낮고 깊은 목소리를 통해 이 시의 모든 단어가 천천히 공간 속에 떨어지듯 울리며, 고향을 향한 그리움은 개인의 감정을 넘어 보편적인 인간의 정서로 확장됩니다. 지금 함께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CHIỀU HÔM NHỚ NH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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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곡은 까느엉 투 하(Thu Hà)가 부르는 「정월 보름달」(Trăng Nguyên Tiêu)입니다. 정월 대보름의 달은 예로부터 재회와 시적 영감의 상징이었죠. 까쭈 안에서 달빛은 시와 음악이 조화롭게 만나는 공간이 됩니다. 투 하의 목소리는 싱그럽지만, 까쭈 특유의 섬세한 굴림과 절제된 창법을 완벽히 소화해내며 과거와 현재를 부드럽게 이어줍니다.
달빛의 선율에 귀를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TRĂNG NGUYÊN TIÊ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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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까느엉 번 마이(Vân Mai)가 전하는 고즈넉한 풍경, 「서호 회고」 (Tây Hồ hoài cổ)입니다.
하노이의 서호(Tây Hồ)는 오랜 세월 문인들의 영원한 안식처였습니다. 이곳에서 서호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 옛 수도의 기억과 하노이 특유의 우아한 정서를 상징합니다. 저녁 안개가 내려앉은 호수 위로 흐르는 단다이의 선율은 마치 멈춰버린 시간을 다시 일깨우는 듯합니다.
함께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TÂY HỒ HOÀI C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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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까쭈는 요란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습니다. 까쭈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잠시 멈춰 서는 '고요함'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박판의 작은 떨림과 단다이 악기의 깊은 울림, 그리고 시구에 담긴 진심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까쭈를 듣는 시간은 베트남 문화의 깊이와 우리 영혼의 섬세함을 되찾는 소중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베트남 멜로디 산책> 제32회,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는 다음 이 시간에 새로운 선율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