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과학기술, 혁신 및 디지털 전환의 획기적 발전에 관한 제13기 당 정치국의 제57호 결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베트남은 국제 협력에 대해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요구를 제기하고 있다.
신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넘어, 베트남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기술을 연구, 응용하고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형성하는 것이 핵심 목표이다.
LG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많이 투자하는 북부 항만 도시 하이퐁(Hải Phòng)시에서 진행 중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키스트)과의 협력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양측은 과학기술 및 혁신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연구·시험·기술 이전 과정에서 과학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KIST-하이퐁 기술센터’ 모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의 김주선 분원장은 이러한 접근 방식이 일방적인 기술 이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앞으로 추진될 키스트 하이퐁 테크 허브가 한국의 기술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 하이퐁의 수요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양국의 연구자와 기업이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하고 사업화하는 공동 플랫폼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연구에서 현장으로, 현장에서 시장으로, 그리고 하이퐁에서 세계로 이어지는 기술의 길을 함께 만들겠습니다.”
이 접근법에서 주목할 점은 베트남 측의 ‘수요’를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기술은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받아들일 역량을 갖춘 기관이 있으며, 시험 단계부터 상용화까지 기업이 참여할 때 비로소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하이퐁에서의 협력 방향은 생명공학, 신소재, 순환경제, 녹색기술, 스마트 농업 및 디지털 전환 등 산업·항만·물류 중심지라는 지역적 특성에 부합하는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하이퐁시 인민위원회 호앙 민 끄엉(Hoàng Minh Cường) 부위원장은 핵심 기술 분야로 협력을 더욱 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퐁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빅데이터, 생명공학, 스마트 물류 및 해양 기술 분야에서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국제 파트너들이 하이퐁과 함께 보다 현실적인 원천 기술 이전의 회랑을 조성해 주기를 바랍니다. 하이퐁시는 글로벌 지식의 흐름이 하이퐁에서 만개할 수 있도록 가장 안전하고 개방적인 환경을 조성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 수용 능력은 단일 지방정부나 연구 기관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대학, 연구기관, 기업, 그리고 관리 기관이 상호 연결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수적이다.
이는 일본이 베트남과의 협력에서 추진하고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고바야시 요스케(Kobayashi Yosuke)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베트남 사무소장은 주체 간 연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호아락(Hòa Lạc) 하이테크 파크를 꼽았다.
“이러한 내용들을 실질적인 성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산학연관(기업·정부·대학·연구소)의 연계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곳이 바로 호아락 하이테크 파크입니다. 과거 일본은 이곳의 기초 인프라 구축을 지원했으며, 우주센터 역시 일본의 지원으로 조성되었습니다. 호아락에 위치한 국가혁신센터(NIC) 내에는 일본 정부와 유엔개발계획(UNDP)의 협력을 통해 인큐베이팅 공간이 마련되고 있으며, 베트남-일본 대학교의 신규 캠퍼스 일부도 이곳에 들어설 예정입니다. 이러한 이니셔티브들 간의 지리적 근접성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특히 일본 기업의 참여를 통해 산학연관 연계가 한층 강화되기를 촉진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인적 자원은 기술 흡수 능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다. 하 응옥 아인(Hà Ngọc Anh) 베트남 기술응용 및 교육발전연구원장은 교육 협력이 프로그램, 교수법, 강사진, 전문가 및 학생 교류로 확대되어야 하며, 이와 동시에 신기술 분야에서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및 일본과의 협력 모델을 통해 볼 때, 현재 베트남의 과제는 외부에서 더 많은 기술 자원을 확보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이 연구와 시험, 인력 양성, 기업의 도입과 개선, 상용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기술 협력의 실효성은 체결된 협정의 수나 도입된 기술의 수로만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얼마나 많은 연구 결과가 시험 단계에 진입했는지, 얼마나 많은 베트남 기업이 기술을 수용하고 개선할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인력이 양성되었으며, 얼마나 많은 제품이 실험실을 벗어나 시장에 출시될 수 있는지가 보다 실질적인 지표이다. 이러한 연결고리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국제 협력의 성과가 비로소 베트남 내부의 실질적인 발전 역량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