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한 입’ 베트남>을 사랑해 주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늘 배고픈 통통이’ 리입니다.
타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리 씨의 동행자, ‘식복(食福)’ 많은 타인입니다. 이번 주에는 청취자분들을 어느 지역으로 안내해 주실 건가요?
리: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바로 햇살과 바람이 가득한 중부 지방입니다. 소박하지만 널리 이름을 알린 음식, 꽝남(Quảng Nam) 지방의 이름을 그대로 본딴 ‘미꽝(Mỳ Quảng)’을 만나봅니다.
타인: 미꽝 하면 중부 미식의 커다란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죠. 아시아기록기구(Asia Record Organisation)에서 아시아 미식 가치를 지닌 음식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고요. 특히 2024년 8월에는 ‘미꽝에 관한 민속 지식’이 문화체육관광부의 국가무형문화유산 목록에 공식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리: 그게 다가 아닙니다, 여러분. 미꽝은 베트남의 ‘음식 홍보대사’라는 중책을 맡기도 했어요. 다낭(Đà Nẵng)시에서 열린 2017년 APEC 정상회의 당시, 전 세계 정상들을 대접하는 만찬 메뉴로 당당히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답니다. 타인 씨, 그거 아세요? 제가 한국 친구들과 음식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주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는데요. 다낭이나 호이안에서 미꽝을 처음 대접받은 몇몇 한국 친구들은 당황하며 "국물이 다 떨어진 건가?"라고 생각하더라고요.
타인: 아, 아마 서빙된 국수의 국물 양이 너무 적어서 놀라셨나 보네요. 그릇의 반도 채워지지 않고, 바닥에 깔린 면의 3분의 1 정도만 자작하게 잠길 정도니까요.
리: 하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한국에서 한동안 지내면서 보니, 미꽝과 한국의 비빔 칼국수 사이에 면발이나 진한 풍미 측면에서 꽤 비슷한 점이 있더라고요.
타인: 네, 맞아요. 미꽝과 비빔 칼국수 둘 다 넓적하고 도톰한 면발을 사용하고 양념에 비벼 먹는 스타일인 데다 채소를 곁들여 맛의 균형을 잡아준다는 점이 닮았죠. 게다가 비빔 칼국수가 고추장 소스의 매콤·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라면, 미꽝은 민물새우, 돼지고기나 토종닭을 약한 불에서 푹 끓여내어 얻은 자연스러운 단맛과 황금빛의 걸쭉한 ‘느억 뉸(nước nhưn, 미꽝 특유의 자작한 국물)’으로 미각을 사로잡습니다. 여기에 중부 지방 특유의 알싸한 ‘꾸 낸(củ nén, 향신채)’을 넣고 끓인 고소한 땅콩기름의 풍미가 아주 일품이거든요.
타인: 제가 미꽝에 대해 알아볼 때 가장 궁금했던 건 바로 이 음식의 이름이었어요. 동양 미식 문화에서 ‘미(mỳ)’라는 단어는 본래 밀로 만든 면(wheat noodle)을 뜻하잖아요. 그런데 왜 미꽝은 100% 멥쌀로 만들어지는 걸까요?
리: 이건 16~17세기 고대 무역항 호이안(Hội An)과 깊이 연관된 아주 심오한 문화 교류 이야기입니다. 문화 연구가들에 따르면, 응우옌(Nguyễn, 阮) 왕조가 남부 지방을 개척하던 시기에 호이안은 중국, 일본, 서양 상인들이 모여드는 번화한 국제 무역항이었습니다. 당시 중국인들은 밀가루로 만든 완탕면을 가져왔고, 일본인들은 두툼한 우동 면을 들여왔죠. 하지만 수입해야 하는 비싼 밀 대신, 풍부한 현지 특산물과 유연한 사고방식을 발휘해 현지인들이 고향 땅에서 자란 멥쌀로 넓은 떡을 쪄낸 뒤 썰어서 국수 면을 만들어냈어요. 쌀로 만든 독보적인 국수가 탄생하게 된, 그야말로 기적 같은 ‘현지화’인 셈이죠.
타인: 알고 보니 미꽝이라는 이름에는 옛날 동서양 문화 융합의 정신이 담겨 있었네요.
리: 미꽝은 수많은 평범한 주민들이 세대를 거쳐 일궈낸 창의성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 외부의 정수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베트남 농촌의 뿌리를 굳건히 지켜낸 민속 지식의 유산인 것이죠.
타인: 리 씨, 이 음식의 영혼을 구성하는 재료들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리: 진정한 미꽝 한 그릇은 쌀을 고르고 면을 써는 과정부터 모든 재료에 들이는 세심한 정성에서 시작됩니다. 아무 쌀이나 맛있는 국수가 되는 건 아니에요. 디엔반(Điện Bàn)이나 다이록(Đại Lộc) 지역의 장인들은 보통 13/2 쌀 이른바 ‘쑤옛(Xuyệt)’ 이나 ‘캉전(Khang Dân)’ 같은 오래된 벼 품종을 사용합니다. 이 쌀로 밥을 지으면 조금 퍽퍽하고 딱딱하지만, 가루를 내어 국수로 찌면 절대 퍼지지 않고 자연스러운 쫄깃함과 부드러움을 가진 면발이 탄생하거든요. 면을 써는 과정 역시 수작업의 묘미가 돋보입니다. 장인이 다 익은 반죽을 겹쳐 접은 뒤, 날카로운 칼로 단숨에 약 1센티미터 넓게 썰어냅니다. phở 쌀국수 면보다 넓고 두꺼워서 그릇에 담긴 모습을 보면 기계로 자른 단조로움 대신 투박한 매력이 물씬 풍기죠. 꽝 지방 사람들은 쌀알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이 면발에 영혼이 깃든 것처럼 생명체를 부르듯 애칭으로 부른 ‘꼰 미(con mỳ)’라고 다정하게 부른답니다.
타인: 그리고 비록 작지만 빠져선 안 될, 꽝남 지방 사람들이 정통 미꽝으로 절대 인정하지 않는 핵심 재료 두 가지가 있죠. 바로 환상의 짝꿍인 ‘땅콩기름(dầu phụng)’과 ‘꾸낸(củ nén)’입니다. 이 두 가지 재료를 두고 꽝 지방 미식의 ‘신분증’이라고 재치 있게 농담하는 분들도 있어요. 꾸낸(củ nén)은 하인떰(hành tăm)이라고도 불리는데, 젓가락 끝만 한 크기로 척박한 모래땅에서 자라지만 일반 마늘이나 양파보다 훨씬 맑고 톡 쏘는 향을 냅니다. 땅콩기름은 중부의 땅에서 자란 땅콩을 압착해 만든 원액 기름인데요. 원액 특유의 묵직한 냄새가 있어서 요리사는 반드시 ‘기름 냄새 잡기(khử dầu)’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뜨거운 팬에 기름을 끓인 뒤 으깬 ‘꾸낸’ 한 줌을 털어 넣는 거죠. 이렇게 향을 낸 기름을 반죽 표면에 발라주면 면을 썰 때 들러붙지 않으면서 동시에 국물 전체에 고소한 향을 극대화해 줍니다.
리: 미꽝 특유의 국물인 ‘느억 뉸(nước nhưn)’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호이안 같은 하구 평야 지역에서는 민물새우와 삼겹살을 붉은빛이 돌게 졸여내어 짭조름하고 달콤한 고명을 얹고, 심지어 오독오독 씹히는 해파리 미꽝도 있습니다. 중산간 지역에서는 큼직하게 썬 토종닭을 강황과 함께 졸인 고명이나, 가물치, 우기에 잡히는 통통한 개구리 고명을 즐겨 먹습니다. 고기와 수산물을 원액 느억맘, 후추, 양파, 마늘로 밑간한 뒤 땅콩기름과 ‘꾸낸’으로 센 불에 볶고, 사골 육수를 약간 더해 약불에서 진액이 깊이 배어들도록 졸여내면 어마어마하게 진하고 걸쭉한 국물이 완성되죠.
타인: 아, 하나 더! 국수 한 그릇을 완성하려면 생채소 한 접시와 바삭하게 구운 라이스페이퍼가 빠질 수 없죠! 미꽝에 들어가는 생채소는 9가지 허브의 색·향·미를 모두 갖춰야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얇게 채 썬 쌉싸름한 바나나 꽃과 어우러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진한 향을 내는 짜꾸에(Trà Quế) 채소 마을의 타이 바질이 단연 최고의 스타입니다. 그리고 바삭바삭하게 구워낸 깨 라이스페이퍼는 꽝 사람들이 미꽝의 ‘음악적인 부분’이라고 비유하곤 하죠. 입안에서 바사삭 부서지며 깨의 고소한 향을 더해주니까요.
리: 깨 라이스페이퍼를 곁들이는 건 미꽝의 정말 재미있는 요소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보통 라이스페이퍼를 마지막에 먹으려고 남겨두곤 했습니다. 국수를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라이스페이퍼를 잘게 부숴 넣어 남아 있는 진한 국물을 쫙 흡수하게 한 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그릇을 깨끗이 비워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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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자, 이제 청취자 여러분이 가장 기다리시던 부분입니다. 중부 지방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현지의 전통 미꽝을 맛볼 수 있는 다음 주소들을 빨리 메모해 두세요!
리: 네, 호이안에 가시면 호이안동(Hội An Đông)동 쯔엉민르엉(Trương Minh Lượng) 거리 6A번지에 있는 '미꽝 옹 하이(Mì Quảng Ông Hai)'를 찾아보세요. 20년 넘게 운영 중인 곳으로, 하이 할아버지가 전통 방식으로 붉게 졸인 새우와 돼지고기, 황금빛 국물을 직접 만들어냅니다. 가격도 한 그릇에 단돈 45,000동, 약 2,500원으로 아주 저렴합니다. 혹은 호이안동 리트엉끼엣(Lý Thường Kiệt) 거리 170/5번길의 '미꽝 꼬 신(Mì Quảng Cô Sinh)'도 추천합니다. 쫄깃하고 달달한 토종닭 미꽝과 소고기 미꽝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딱 맞는 곳인데요. 짜꾸에 마을에서 갓 따온 신선한 생채소와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가격은 한 그릇에 35,000~60,000동(약 1,900~3,200원) 선입니다.
타인: 다낭시를 여행 중이시라면, 진하고 정통적인 새우·돼지고기 국물과 닭고기 국물로 유명한 가업 브랜드 '미꽝 바 무어(Mỳ Quảng Bà Mua)'를 방문해 보세요. 본점은 하이쩌우(Hải Châu)동 쩐빈쫑(Trần Bình Trọng) 거리 19번지에 있습니다. 현재 가격은 한 그릇에 50,000~90,000동(약 2,700~4,800원)으로 매우 합리적입니다. 혹은 하이쩌우동 옹익키엠(Ông Ích Khiêm) 거리 441번지에 있는 '미꽝 엑 벱 짱(Mì Quảng Ếch Bếp Trang)'도 좋습니다. 뜨거운 뚝배기에 졸인 개구리 미꽝을 전문으로 하는 곳인데, 면과 채소가 소박한 대나무 소쿠리에 따로 나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가격은 1인분에 약 45,000~120,000동(약 2,400~6,300원)정도입니다.
리: 투본(Thu Bồn) 강을 따라 여행할 시간이 있으시다면, 다낭시 푸찌엠(Phú Chiêm) 마을에 들러보세요. 200년이 넘는 수제 미꽝의 요람으로, 오리지널 민물새우 국물을 끓여내는 곳입니다. 마을 시장에서 파는 미꽝 한 그릇의 가격은 약 25,000~35,000동(약 1,400~1,900원)으로 믿기 어려운 정말 저렴합니다.
리: 청취자 여러분, 투박한 미꽝 한 그릇은 화려하게 치장하지는 않았지만, 식객들을 남부 개척의 역사와 전통 수공예 마을의 깊이, 그리고 중부 사람들의 진심 어린 환대의 세계로 안내하는 ‘문화 여권’과도 같습니다.
타인: 정말 그렇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낸’으로 향을 낸 땅콩기름 냄새와 걸쭉하고 진한 국물 맛, 곁들여 먹는 바삭한 구운 라이스페이퍼 소리는 베트남 미식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끈이 될 것입니다. 아, 리 씨! 오늘 대화를 마무리하기 전에, 다음 주 <‘한 입’ 베트남>에서 찾아갈 음식에 대한 힌트를 좀 주시겠어요?
리: 다음 주에는 하노이 구시가지 한복판에 있는 거리 이름으로까지 쓰일 정도로 유명한 음식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타인: 호기심을 마구 자극하는 힌트네요. 청취자 여러분, 각자 예상한 답을 잘 적어두셨다가 다음 주 이 시간에도 꼭 <‘한 입’ 베트남>과 함께해 주세요.
리: 자, 그럼 오늘 꽝 지방의 깊은 정을 담은 시간을 마무리하며, 쩐푸티엔(Trần Phú Thiên) 작곡가가 곡을 쓰고 '또미(Tố My)' 가수가 달콤한 목소리로 부른 <미꽝 드실 분 있나요? (Ai Mì Quảng Không?)>의 소박한 멜로디를 함께 감상하시겠습니다.
타인: 그럼 지금…
리: 미꽝을…
타인 + 리: 한 번 드셔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