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응옥: 활기찬 에너지가 가득하고, 다채로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 베트남! 베트남 거리마다 깃들어 있는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시간, 〈베트남 거리거리 알아보기> 입니다. 안녕하세요, 주변에 보이는 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설명해야 직성이 풀리는, ‘설명봇’ MZ 기자 홍응옥입니다.
뚱응옥: 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도시 산책을 즐기면서 길거리 구석구석을 탐방하는 거리 탐방가 뚱응옥입니다. 오늘도 이 코너를 홍응옥 씨, 그리고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홍응옥: 네 하노이의 골목골목을 발견하는 우리의 여정, 오늘도 계속 이어가 볼까요? 참, 오늘 우리가 함께 거닐어볼 곳은 말이죠, 수도 하노이의 낭만적인 과거와 창의적인 미래를 이어주는 상징적인 거리가 된 곳, 바로 찐꽁선(Trịnh Công Sơn) 거리입니다.
뚱응옥: 네, 찐꽁선 거리는 하노이에서도 아주 특별한 경관과 풍수지리적 가치를 지닌 곳 중 하나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박지엡(Bách Diệp) 연꽃 연못과 서호 워터파크와 인접해 있어, 구시가지의 좁은 골목이나 주요 도로의 혼잡한 분위기와는 다른 탁 트인 공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찐꽁선 거리의 길이는 약 900미터인데요. 락롱꾸언(Lạc Long Quân) 612번 골목과 만나는 삼거리에서 시작해, 어우꺼(Âu Cơ) 제방길 경사 구간까지 이어집니다.
홍응옥: 이 거리가 자리한 지역은 원래 녓떤(Nhật Tân) 마을이었고, 역사 속 옛 이름은 녓찌에우(Nhật Chiêu)였습니다. 역사적 가설에 따르면, 이 이름은 1475년에 장원으로 급제한 마을 출신 인물인 부 녓찌에우(Vũ Nhật Chiêu)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봉건 시대에는 탕롱(Thăng Long) 경성의 빈투언(Vĩnh Thuận)현, 트엉(Thượng)총에 속해 있었습니다.
프랑스 식민지 시기 녓떤은 진다오(Dinh Đào), 또는 진럼(Dinh Lẫm)이라 불리는 지역으로 유명했습니다. 이곳은 서호를 바라보는 약 5헥타르 규모의 부지로, 오래된 복숭아나무와 귀한 빅다오(Bích đào, 붉은 복숭아꽃) 품종이 모여 있던 곳입니다. 1954년 이후 한때 오리 사육장으로 사용되면서 훼손되기도 했지만, 복숭아꽃의 명산지라는 기억은 지금도 하노이 시민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뚱응옥: 맞습니다. 게다가 이 지역은 탕롱의 유서 깊은 전통 공예 마을들이 모여 있는 중심지이기도 해요. 그중에서도 녓떤 복숭아꽃 마을을 빼놓을 수 없겠죠. 이곳의 복숭아 재배업은 2025년에 국가 무형 문화유산으로지정됐습니다. 다오빅(đào bích), 다오테(đào thế, 독특한 모양을 갖춘 복숭아꽃 나무), 다오텃톤(đào thất thốn, 꽃이 작고 꽃잎이 두거우며 색이 화려한 희귀 품종) 같은 복숭아 품종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수도 하노이의 봄을 상징해 왔으니까요. 그뿐인가요? 거리가 연꽃 연못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는데요. 바로 이곳이 우아한 선물의 대명사, 연꽃차를 우려내는 데 쓰이는 귀한 박지엡(bách diệp, 백엽) 연꽃의 산지이기도 합니다. 은은한 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홍응옥: 이렇듯 평범한 공예 마을의 좁은 흙길이었던 이 길은, 이제 사랑과 운명을 노래한 위대한 음악가, 찐 꽁 선(Trịnh Công Sơn)의 이름을 딴 아름다운 거리로 거듭났습니다. 2015년 전까지만 해도 락롱꾸언(Lạc Long Quân) 길에서 연꽃 연못으로 이어지는 그저 평범한 골목, ‘락롱꾸언 612번 골목’으로 불렸는데요. 하노이시가 인프라를 정비하면서, 2015년 8월 26일, 마침내 찐꽁선 거리라는 공식 명칭을 갖게 되었습니다.
뚱응옥: 음악가 찐꽁선은 1939년 2월 28일 닥락(Đắk Lắk)성 락자오(Lạc Giao) 고원에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그의 본적은 옛 트어티엔후에(Thừa Thiên Huế)성 흐엉짜(Hương Trà)현 민흐엉(Minh Hương) 마을입니다. 아버지 찐 쑤언 타인(Trịnh Xuân Thanh)은 사업가이자 프랑스 식민 통치에 맞선 애국 인사였고, 어머니 레 티 꾸인(Lê Thị Quỳnh)은 시와 음악에 대한 섬세한 감각을 지닌 분이었다고 합니다.
찐 꽁 선의 삶에 운명적인 전환점이 찾아온 건 1957년이었습니다. 남동생과 유도를 하다가 그만 큰 사고를 당해 무려 2년 가까이 병상에 누워 있어야 했거든요.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글쎄요. 바로 이 인고의 시간이 '음악가 찐 꽁 선'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는 병상에 누워있는 내내 철학과 문학 책을 파고들었고, 마침내 인생의 첫 음표들을 그려내기 시작했으니까요.
홍응옥: 그렇게 1958년부터 작곡을 시작한 그는, 1959년 ‘젖은 속눈썹’(Ướt mi)라는 데뷔곡을 발표합니다. 꾸이년(Quy Nhơn)에서 아동 교육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결국 운명처럼 전문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되죠.
그가 남긴 예술적 유산은 무려 600여 곡에 달하는데요. 크게 세 흐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옛 연인 지엠 (Diễm xưa)', '하얀 여름 (Hạ trắng)', '그리운 바다 (Biển nhớ)', '슬픈 돌의 나이 (Tuổi đá buồn)'처럼 시적이고 애절한 사랑 노래들이고요. 둘째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민족의 강렬한 평화에 대한 갈망을 담아낸 노래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래 먼지 (Cát bụi)', '돌아갈 곳 (Một cõi đi về)', '무상의 꽃 (Đóa hoa vô thường)'처럼 인생의 유한함을 깊이 있게 성찰한 명곡들이 있죠.
뚱응옥: 찐 꽁 선은 베트남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극소수의 베트남 예술가 중 한 명입니다. 국제 언론과 전설적인 가수 존 바에즈(Joan Baez)는 그를 가리켜 ‘베트남의 밥 딜런(Bob Dylan)’이라고 불렀는데요. 음악적인 결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가사, 그리고 한 세대 전체에 미친 그 거대한 영향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홍응옥: 여러분, 혹시 아시나요? 오늘날 찐꽁선 거리는 북적북적하고 현대적인 거리로 탈바꿈했습니다. 2018년 5월 11일 밤, 이 거리는 공식적인 보행자 거리로 첫 발을 내디뎠죠. 호안끼엠(Hoàn Kiếm) 호수에 이어 하노이의 두 번째 보행자 거리랍니다. 처음엔 말이죠, 서호와 녓떤 연꽃 연못의 아름다운 풍경을 살려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휴식처를 선물하려는 게 목표였어요. 당시에는 매주 주말, 그러니까 금, 토, 일요일마다 활짝 문을 열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과 다채로운 거리 예술 공연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았죠. 그런데2023년 초부터는 이 전통적인 보행자 거리 운영을 잠시 멈추고, ‘떠이호 창의 문화 공간과 그 주변 지역’으로 한 단계 더 눈부시게 업그레이드되었답니다. 이건 하노이가 속해 있는 유네스코 ‘창의 도시’ 네트워크의 아주 중요한 전략적 발걸음이기도 합니다.
뚱응옥: 맞습니다. 그래서 요즘 찐꽁선 거리를 걷다 보면요, 오감을 사로잡는 특별한 경험에 흠뻑 빠지게 되는데요.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단연 3D 벽화 거리입니다. 두 호수 사이에 자리 잡은 길이 50미터, 폭 14미터의 이 길은 정말 감탄을 자아내죠. 노랑, 주황, 하양, 그리고 자갈색. 하노이의 가을을 대표하는 이 네 가지 색상으로 부드럽게 물결치는 패턴을 그려냈는데요, 작곡가 찐 꽁 선의 국민 가요인 ‘하노이의 가을을 그리며’(Nhớ mùa thu Hà Nội)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홍응옥: 그리고 또 하나, ‘사랑의 거리’도 빼놓을 수 없겠죠? 녓찌에우 거리와 부뚜언찌에우(Vũ Tuấn Chiêu) 거리를 잇는 이 길은 크고 넓은 연꽃 연못을 가로지르는데요. 밤이 되면 반짝반짝 빛나는 조명과 서호의 아름다운 야경을 담은 사진들로 로맨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게다가 연꽃 연못 한가운데에는 ‘빛의 분수’가 자리하고 있어요. 알록달록한 LED 조명이 켜지면 몽환적인 음악 분수 쇼가 펼쳐진답니다. 거리 위로는 수백 개의 화려한 우산들이 두둥실 매달려 있어서, 젊은 친구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 빈티지한 사진 명소로도 아주 핫하죠.
뚱응옥: 이 공간에서는 주말마다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예술 프로그램도 꾸준히 열리고 있습니다. 거리에는 옛 노점상 분위기를 살린 가판대들이 마련돼 있어, 하노이의 특산물과 OCOP 상품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찐꽁선 거리는 떠이호 지역과 하노이시의 문화산업 발전 전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푸떠이호(Phủ Tây Hồ), 따오삭(Tảo Sách) 사원, 녓떤 사당 같은 신앙 관광지와 현대적인 도시 생활을 연결하면서 관광 서비스의 연계성도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음식 축제와 수공예품 전시 등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전통 마을의 가치를 보존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전통 공예 마을의 가치까지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는 찐꽁선 거리,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홍응옥: 네, 지금까지 저희는 하노이의 찐꽁선 거리에 대해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제 〈베트남 거리거리 알아보기〉 코너를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는데요. 끝까지 함께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베트남을 하나씩 알아가는 여정 속에서, 혹시 이름이 궁금한 지명이나 거리가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저희 VOV5 한국어 프로그램 웹사이트나 팬페이지 댓글, 또는 이메일 vov5.korea@gmail.com으로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뚱응옥: 네, 청취자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과 거리 추천도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동네도 소개해 줬으면 좋겠다” 하는 곳이 있으면 꼭 알려주세요.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